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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工夫)

사생활/일기2010. 5. 23. 05:46
   비가 오는 새벽입니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잠시 이 새벽에 나가서 내리는 보슬비를 맞으면서 따스한 커피 한잔을 마셨습니다.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 곳이 생각나 한번 적어봅니다. 뭔가 고리타분하면서도 삶에 대한 생각이니 읽어주시길 바라며.


  사람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뭔가를 익히게 됩니다. 특별히 노력을 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항상 무엇인가를 하게 되면 배우게 되죠. 태어나면서부터 살아남으려면 울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습득하게 되죠. (사실 엄마의 자궁 속에서부터 부모의 목소리를 익히게 되지만) 이것이 첫번째 배움입니다. 배가 고파서 엄마젖을 먹으려고해도 울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죠. 기저귀가 축축하고 찝찝하니 뽀송뽀송한 새 걸로 엄마보고 갈아달라고 울기도 합니다. 이렇게 울어만 대다가 이제 뭔가 말을 알아듣게 됩니다. 그러다가 뒤집기, 기어가기, 일어서기, 수없이 넘어지면서 걷기라는 스킬을 획득하게 되죠.

  그러던 중 알아듣던 말을 옹알옹알 거리다가 자주 듣던 말을 훅 던지게 되죠. 대개 엄마, 아빠, 맘마라는 말들이죠. 이렇게 시작했던 학습이 커가면서 사회라는 거대한 세상에 던져지게 되면 상사와 있을 때, 협력 업체의 사람과 있을 때, 애인과 있을 때, 친구와 있을 때 각기 다른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이것을 본능적으로 잘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속된 말로 촉이 좋다는 말을 듣는 특정 분야에 본능이 뛰어난 사람들은 말 그대로 타고난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은 특정 분야에서 남들에 비해 급격히 빠른 속도로 적응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게임, 스포츠(낚시, 골프, 축구, 당구) 등- 역시 쉽게 잘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위에서 말했던 어린 아이의 발달 역시 개개인의 차이가 존재하죠. 자, 지금까지 말씀을 드린 내용들이 학습(學習; 배울 학, 익힐 습, Learn)이었습니다.

  반면에 자신이 뛰어나지 못한 분야를 위한 것이 공부(工夫; 장인 공, 사내 부, Study)입니다. 물론 뛰어난 분야에 적용해도 무방합니다.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는 뜻의 공부이지만 쓰인 한자의 원래 뜻을 보시면 장인이 될만큼 연습하고 익히고 또 배워야 하는 매우 힘든 과정입니다. 영어의 Study 역시 Learn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더 넓은(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쉽게 경험적으로 습득하고 잘 하는 것은 학습에 그칩니다. 잘 하기는 하지만 체계적이지 못해 남에게 가르쳐 주기 힘들고  부족한 경험에 의해 흔들릴 수도 있게 됩니다.

  하지만 공부는 다릅니다. 이것은 학습을 뛰어넘어 분석적이고 본능을 뛰어넘어 체계적입니다. 이것을 토대로 전승되며 내가 학습했던 것들을 점점 더 큰 영역이 되도록 구성합니다. 그래서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하고 있는 것이 단순히 학습에 그칠 것인지 공부로 나아갈 지 한번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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